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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227

불꺼진 하얀 네 손바닥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장석남 내가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 없어할 때 너는 내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진다 가슴 두드리는 그리움들도 묵은 기억들이 살아와 울자고 청하는 눈물도 눈에 어려 몇 구절 햇빛으로 읽혀진다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햇빛 속에서 .. 2009. 5. 10.
밀물 밀물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정 끝별 *“가까스로”에 주목하기 바란다. 가까스로 지하철을 타고, 가까스로 마감날짜를 지켜 부도를 막고, 가까스로 해고를 면.. 2009. 5. 8.
들꽃 한 송이에도 들꽃 한 송이에도/전동균 떠나가는 것들을 위하여 저녁 들판에는 흰 연기 자욱하게 피어오르니 누군가 낯선 마을을 지나가며 문득, 밥 타는 냄새를 맡고 걸음을 멈춘 채 오랫동안 고개 숙이리라 길 가에 피어 있는 들꽃 한 송이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문학적 상상력의 참된 기능은 현실의 결여를 메.. 2009. 5. 6.
문득, 그가 없다 문득, 그가 없다/박주영 이제 무엇을 더 잃을 것인가 창문이 떨고 있다 무심코 눈 들어 거울을 보니 내게 문득, 그가 없다 *‘내게 문득’ 뒤에 시인은 쉼표를 찍고 있다. 그가 없는 현실의 느닷없음이, 그가 없는 현실의 가위눌림이 쉼표로 찍혀 있다. 쉼표가 없었다면 이 시는 얼마나 싱거웠으랴. 믿을.. 2009.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