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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문득, 그가 없다

by 고요의 남쪽 2009. 5. 5.

문득, 그가 없다/박주영


이제 무엇을 더 잃을 것인가


창문이 떨고 있다


무심코 눈 들어 거울을 보니


내게 문득, 그가 없다


*‘내게 문득’ 뒤에 시인은 쉼표를 찍고 있다. 그가 없는 현실의 느닷없음이, 그가 없는 현실의 가위눌림이 쉼표로 찍혀 있다. 쉼표가 없었다면 이 시는 얼마나 싱거웠으랴. 믿을 수 없으므로 실감할 수 없는, 그러나 그의 부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울 앞에서의 땅 꺼지는 한숨이 쉼표로 찍혀 있다. 아마도 그는 한 지붕 아래서 오래 아침과 저녁을 맞았던 사람, 당연히 그의 상실은 내 존재 이유의 상실인 것. 이제 더 무엇을 잃을 것인가!(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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