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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227

분홍에 홀리다 분홍에 홀리다/이인원 연두로 물든 먼 산 드문드문 산벚꽃 섞여 핀 것이 영락없는 분홍 새치다 한두 가닥 늘어가는 내 흰 머리는 분홍으로 흐드러졌던 청춘이 후다닥 지나가며 떨어뜨린 몇 장의 엷은 꽃잎 봄날 저녁, 문득 찾아드는 쓸쓸함은 가슴 미어졌던 열정의 한때 차고 넘쳤던 그 분홍 향내에 언.. 2009. 5. 23.
꽃지는 저녁 꽃 지는 저녁/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저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저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배가 고플 때 우리는 투정을 한다. 투정이란 사실보다 뜨거워진 상태의.. 2009. 5. 20.
꽃들이 소리없이 꽃들이 소리 없이/조용미 소리만으로 나무와 바람을 만난 적이 있다 두 귀와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바람이 지나는 길을 따라갔다 돌아오면 어둠이 지친 몸을 오래도록 쓰다듬어주었다 어둠에 기대어 죽은 듯 쓰러졌다 오래 어지러운 잠을 잤다 겨울이 지나고 내가 들은 풍경들.. 2009. 5. 18.
꽃밭에서 꽃밭에서/송찬호 탁란의 계절이 돌아와, 먼 산 뻐꾸기 종일 울어대다 채송화 까만 발톱 깎아주고 맨드라미 부스럼 살펴보다 누워 있는 아내의 입은 더욱 가물다 혀가 나비처럼 갈라져 있다 오후 한나절 게으름을 끌고 밭으로 나갔으나 牛角의 쟁기에 발만 다치고 돌아오다 진작부터 곤궁이 찾아온다 .. 2009.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