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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7. 9.

90. 무재칠시無財七施

보시라는 말 앞에서 재물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시대가 재물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중생들은 재물을 받아야 받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물이 없어도 보시할 수 있는 일곱 가지 길이 있다. 다들 알다시피 顔施, 言施, 心施, 眼施, 身施, 坐施, 察施가 그것이다. 얼굴로, 말로, 마음으로 눈으로, 몸으로, 앉을 자리로, 살핌의 관심으로 보시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방편상의 분류일 뿐, 몸과 마음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잘 쓰면 그것이 모두 보시가 되는 것이다. 얼굴과 이목구비는 물론 손으로도 발로도 근력으로도 체력으로도 신체 그 자체로도 보시를 할 수 있다. 하다못해 집안 뜨락 한 자락으로도 보시를 할 수 있다. 잘 자란 나무 한 그루는 뜻하지 않아도 무한 보시를 한다. 잘 피어난 꽃 한 송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잘 익은 과일도 그렇거니와 하늘을 나는 종달새의 울음 소리도 무한 보시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의 상상력 이론가 가스통 바슐라르가 우리의 두 팔은 포옹하기 위해 존재하고, 우리의 목소리는 노래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였을 때, 그 팔과 포옹, 그 목소리와 노래는 보시의 전형적인 예이다. 

▣가장 힘센 보시는 무욕의 두 팔로 利己의 만리장성을 허무는 것, 가장 확실한 보시는 목놓아 부르는 사랑 노래로 사욕의 강둑을 허무는 것. 가장 아름다운 보시의 한때는 자비의 가랑비가 먼 들녘 끝까지 적실 때, 먼 들녘 끝에서 들려오는 푸른 종소리가 고단한 당신의 밤길을 밝혀줄 때.(2010.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