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백팔번뇌百八煩惱
최남선의 시조집 이름이 <<백팔번뇌>>이다. 그도 누군가 캄캄한 밤중에 자신의 번뇌를 도둑질해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이 시집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남의 번뇌를 도둑질해가겠는가. 잡동사니 같은 번뇌를 훔쳐다 어디에 쓸 데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가 싸우는 것을 잘 들여다보면 번뇌를 서로 도둑질해가겠다는 것이 요체이다. 번뇌는 듣기 좋게 분류하면 108가지이지만 실제로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의 무한수이다. 이런 번뇌를 안고 뒹굴다 보면 한 세상이 간다. 내생에는 이 번뇌들이 씨앗을 발아하여 이자까지 내놓으라고 야단일 터이니, 번뇌를 없애는 데 최선을 기울일 일이다. 이 세상에서 무엇을 기다려 더 얻을 것인가. 번뇌를 없애는 것 말고 달리 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번뇌를 없애려는 번뇌, 번뇌에 대한 번뇌, 이를테면 메타 번뇌. 백아홉번 째 번뇌. (2010. 7. 6)
'초록의 빈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0) | 2010.07.09 |
---|---|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0) | 2010.07.07 |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0) | 2010.07.01 |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0) | 2010.06.30 |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0) | 2010.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