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공덕功德
功德林이라는 말이 있다. 공덕을 쌓은 것이 마치 숲처럼 울창하다는 뜻이다. 나무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비유임에 틀림없다. 그런가 하면 眞實功德이라는 말도 있다. 그 상대편에 不實功德이라는 말도 있다. 진실공덕이 公心 혹은 空心을 바탕으로하여 만들어진 무집착의 공덕이라면, 부실공덕은 세속적 욕구를 품에 안고 이룩한 거래성 공덕이다. 진실공덕의 복덕은 측량할 길이 없다. 그러나 부실공덕의 은혜는 잘 해야 본전이다. 아침밥 한 그릇을 쟁취하고 승리한 사냥꾼이나 된 듯 의기양양해 하는 사람이 있다. 공덕은 커녕 악업을 쌓는 일이다. 아침밥을 먹으며 나에게 밥을 주시니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자신이 밥을 먹게 되어 감사하다고 기도하는 사람의 공덕은 부실공덕이다. 그런가 하면 아침밥을 먹으며 緣起의 놀라움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回向의 원력을 꿈꾸는 이가 있다. 이 공덕은 진실공덕이다. 누대의 習氣에 젖은 우리들은 부실공덕을 쌓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실공덕을 사모하는 그리움이 누구에게나 샘물처럼 맑게 깃들어 있다.
▣그 방을 생각하면 나는 슬프다. 잃어버린 의자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그 날을 생각하면 나는 괴롭다. 빼앗긴 모자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발 밑을 바라보면 숨이 막힌다. 미욱함에 대한 회한 때문이다. 꺼지지 않는 불꽃 때문이다. 내 서툰 아침 묵상도 가고 없는 날에 대한 안타까움과 오지 않는 날에 대한 갑갑함의 자장 속을 벗어나지 못하니 나는 날마다 악업을 쌓고 있는 중?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가벼운 갈대의 영혼이 되나? 얼마나 더 추운 바람에 몸을 말려야 回向의 원력을 꿈꿀 수 있나!(201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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