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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울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7. 11.

92. 백팔배百八拜

'절[拜]'이 건강에 좋다니까 절 열풍이 불고 있다. 특별히 '108배'가 건강에 좋다니까 '108배 열풍'이 거세다. 약삭빠른 상인들은 '절 마케팅' 혹은 '108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리고, 건강집착증에 사로잡힌 대중들은 그들이 내놓은 상품을 소비하느라 분주하다. 절이 그 속뜻을 參究하지 않고 이루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껏해야 근육운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108배 또한 그 뜻을 考究하고 행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108이라는 숫자를 헤아리는 동안 녹슬었던 두뇌 부위가 조금 살아날 정도의 소용이나 있을까. 건강도 집착하면 질병이고, 절도 집착하면 우상이고, 108이라는 숫자도 집착하면 병통이 된다. 下心하지 않는 한 절은 수없이 많이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맹목으로 절을 하는 동안 하심이 조금 이루어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일회적이고, 하룻밤만 지나면 마음은 속세의 좌표로 되돌아온다.

▣울어라 열풍아는 이미자의 노래이고, 바람도 없는 공중에는 한용운의 노래이다. 이미자의 열풍은 밤이 새도록 운다. 옷자락 찢는 집착 때문이다. 한용운의 공중에는 수직의 파문이 인다. 떨어지는 나뭇잎의 하심 때문이다. 열풍 속의 그 님은 사막만 남기고 떠난지 오래지만 그 님의 나뭇잎은 맑은 물결 일렁이며 오늘도 진다. (2010.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