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절[拜]
절은 왜 하나? 우주심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무심의 절이 아니면 모든 절은 맹목적이거나 아부성을 띤 것이다. 남이 하니까 그냥 하는 것이고, 무엇인가 두려우니까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조상이 두려운가. 무서운 조상도, 무서워하는 후손도 평상심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하늘이 두려운가. 무서운 하늘도, 무서워하는 인간도 본래면목을 잃은 것은 동일하다. 세상엔 두려운 것도 두려워할 것도 실은 없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탐욕과 탐욕이 만든 相이 두려울 뿐이다. 그렇다면 절은 탐욕과 탐욕의 허상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으로서만 의미가 있다. 오체투지하듯 자신을 대지와 온전히 낮게 합일시킴으로써, 잉여가 없는 삶을 구현하는 데 그 뜻이 있다. 한번 잘 한 절이 백번 나부댄 절보다 심오하다. 몸 전체의 세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탐욕을 빼고 절을 한 번 하는 데 하루 동안의 시간이 걸렸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음을 구부려 몸을 구부린다. 몸을 구부려 마음을 구부린다. 낮아진 마음이 몸을 낮추고, 낮아진 몸이 마음을 낮춘다. 탐욕은 뻣뻣하고 뻣뻣하면 찔린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구부려 뻣뻣한 나뭇가지를 다독이는 보름달을 보라. 하늘의 수줍음을 보라. 우주의 절하기가 저와 같다.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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