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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7. 16.

95. 선정禪定 1

고요는 명경과 같다. 고요를 잃으면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다.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고, 문체가 허술해지거나 들뜨게 마련이다. 고요를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고요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독한 마음이란 끊기, 외로워지기, 냉정해지기 등과 같은 것이다. 고요를 지킨 사람만이 제대로 비친 세계(만물)의 實相을 볼 수 있다. 보지 않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는 일은 무엇보다 우선적이다. 요즘은 선비의 흔적을 퇴화된 뱀의 꼬리처럼 겨우 지닌 대학교수들조차도 아랫도리에 열이 나도록 돌아다닌다. 그렇게 해야만 밥벌이가 가능하도록 사회가 그들을 타락시키고 있다. 고요를 잃고, 고요를 돌보지 않는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애쓰지 않아도 그 미래가 뻔하게 그려진다.

▣비 내리는 날은 적막하고, 바람 부는 날은 쓸쓸하고, 하늘 높은 날은 외롭다. 외로운 하늘과 쓸쓸한 바람이 적막 속에 잠길 때, 적막 속에 잠긴 적막마저 비에 씻겨 깨끗한 낮 12시의 고요; 퇴화된 뱀의 꼬리만한 선비의 흔적마저감쪽같이 지워진 그 때 그 자리가 고요의 맨얼굴이다. (2010.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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