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욕심慾心
요구, 욕구, 욕망, 원망, 소망, 원력, 꿈, 탐욕 등이 다 바라는 마음이라는 뜻의 '욕심'의 일종이다. 욕망 이론의 전문가로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은 요구(demand)와 욕구(need)와 욕망(desire)을 구분하여 이들의 상호관계를 매끄럽게 설명하고 있다. 요구는 자아의 나르시시즘이 100퍼센트 만족되는 상태다. 욕구는 나의 나르시시즘이 현실적으로 충족된 총량이다. 욕망은 요구에서 욕구를 뺀 만큼의 차액 혹은 결여로서의 삶의 동력원이다. 우리들의 욕망의 매커니즘이 이와 같기 때문에 죽음이 올 때까지는 이들 세 욕심의 조화로운 화해가 성취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컨데 욕망은 계속하여 남아 꿈틀대고, 요구는 그 높이를 바꾸지 않고 있으며, 욕구는 현실 속에서 늘 타협해야 하는 운명이다. 라캉의 욕망이론을 음미하다 보면 삶의 막막한 비애가 느껴진다. 죽음 이외에는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쉽게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아적 욕심의 차원에서 보면 라캉의 욕망 이론은 옳다. 그러나 대아적 소망과 원력의 문제를 들고 나와서 보면 그의 이론은 일면적 진실만을 담고 있다. 소아를 내려놓은 대아적 소망과 원력 속에서 우리의 꿈은 층위에 따라 구분되고 서로 불화할 이유가 없다. 옛사람인 유아로서의 나는 가고, 새사람인 성인으로서의 내가 활동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인간을 보살, 혹은 부처라 부르고, 기독교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사람 혹은 성령으로 사는 자라 부른다. 옛사람을 버리고 새사람이 되었다고 불가에서는 성까지 석존의 석자를 따라 석씨로 바꾸는 불제자들이 적지 않다. 시를 쓰는 석지현씨도 그런 예의 하나이다. 기독교에서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고 세례명을 받기도 하고, 혈육의 세속 부모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더 새겨듣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욕심을 다루는 고단수의 방법이다.
▣욕심은 바라는 것이 지나친 마음의 상태, 혹은 그와 같은 마음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지나쳐서 좋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요구는 여린 손 같고, 도움을 청하는 정갈한 마음 같고, 욕구는 목에 걸린 가시 같고, 가파른 고개 위 멎을 듯한 호흡 같고, 욕망은 철근을 실어나르는 화물차 같고, 밑도 끝도 없이 투덜거리는 두 주먹 같고, 요구가 욕구에게 목에 걸린 가시를 빼었으면 하는 것은 지나친 욕구이고, 욕구가 욕망에게 주먹을 거두기를 바라는 것은 가당찮은 욕망이고, 욕망이 요구에게 목청 좀 높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현실성 없는 요구이니 화해와 소통의 욕심을 버리기로 하자. 버리려는 마음도 지나치면 혹이되니 버리려는 욕심도 욕심내지 말기로 하자. 제 마음대로 오래 살다가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겠다.(201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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