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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그러나가 뿌리 깊이 위리안치 되었다

by 고요의 남쪽 2010. 6. 29.

세한도 ․ 42                                 



내가 수년전부터 연작으로 쓰고 있는 세한도 마흔 두 번째가 빠져있다. 파일을 정리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41과 43은 오래 전에 발표해버렸고 최근에 쉰 세 번째 세한도를 잡지에 보내놓은 상태이고 보니 번호를 조정해서 빠진 자리를 메우기도 난감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마도 번호를 건너뛰었거나 초고를 망실했을 것이다. 흔히 그럴 수도 있지 뭐 해버리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게 내겐 큰일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이 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큰일이 되는 구름 산사태에 만리장성 무너지는 저간 체험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이가 빠진 느낌이다. 세한도 41은 그러나가 소재이고 세한도 43은 한적한이 주제이다. 고민 끝에 나는 이 빠진 그 자리에 후박나무  한 그루를 임플란트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이가 빠진 그 때 그 자리는 캄캄한 뻘밭에 처박힌 배처럼 오라! 곤궁의 사막이었으니 큰 나무 그늘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가 뿌리 깊이 위리안치 되었다

한적한이 가지 끝에 위리안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