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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떨어져나간 팔다리의 기억이 우산을 쓰고

by 고요의 남쪽 2010. 6. 26.

세한도 ․ 40

            


여생이란 낱말의 낯선 잠수함, 여생이란 낱말의 흐린 모닥불, 빈들에서 날 부르는 쓸쓸한  저녁연기, 여생이란 낱말의 한 뼘 양지 녘, 붐비는 첫눈도 차마 범하지 못하는 수성못 여생의 벤치로부터 진눈개비 잦은 벤치의 여생으로 유유자적 미끄러지는 물오리떼 본다. 가로등 꺼지 않고 유유자적 제 집 찾아가는 산 그림자 본다. 이 밤도 깊었으니 나도 이제 유유자적 건널목을 건너야 하리. 여생의 아랫목으로부터 아랫목의 여생까지 시린 맨발 묻어야 하리.

                               

떨어져나간 팔다리의 기억이 우산을 쓰고

8시 정각에 지하철을 타러 간다. 오늘은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