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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5. 22.

62. 직지인심直指人心 1

直入해야한다. 침술사의 직입으로 어혈이 풀리듯, 우물 파기의 핵심이 수맥으로의 직입에 있듯이, 마음의 본질로 직입해야만 밝아질 수 있다. 직입의 조건은 純一함에 있다. 순일하지 않으면 늘 과녁에서 벗어나 주변을 겉돈다. 심부름 가다 노느라고 목적을 잃은 사람처럼, 꿩 잡으러 가다 주막에 앉아 있는 사람처럼, 내가 왜 세상에 왔는지를 망각하고 겉도는 것이다. 妄念은 직입의 적이다. 迷惑도 직입의 적이다. 선정의 몰입처럼 핵심을 사랑해야 세계가 열린다.

▣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테이블도 많으면 /걸린다 테이블 밑에 가로질러놓은 /엮음대가 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은 /美製 磁器스탠드가 울린다 //마루에 가도 마찬가지다 피아노 옆에 놓은 /찬장이 울린다 유리문이 울리고 그 속에 /넣어둔 노리다께 반상세트와 글라스가 /울린다 이따금씩 강건너의 대포소리//가 날 때도 울리지만 싱겁게 걸어갈 때 /울리고 돌아서 걸어갈 때 울리고 /의자와 의자 사이로 비집고 갈 때 /울리고 코 풀 수건을 찾으러 갈 때 //三八線을 돌아오듯 테이블을 돌아갈 때 /걸리고 울리고 일어나도 걸리고 /앉아도 걸리고 항상 일어서야 하고 항상 /앉아야 한다 피로하지 않으면 //울린다 詩를 쓰다 말고 코를 풀다 말고 /테이블 밑에 신경이 가고 탱크가 지나가는 /沿道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피로하지 /않으면 울린다 가만히 있어도 울린다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테이블도 많으면 /걸린다 테이블 밑에 가로질러놓은 /엮음대가 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은 /美製 磁器스탠드가 울린다 //마루에 가도 마찬가지다 피아노 옆에 놓은 /찬장이 울린다 유리문이 울리고 그 속에 /넣어둔 노리다께 반상세트와 글라스가 /울린다 이따금씩 강건너의 대포소리가 //날 때도 울리지만 싱겁게 걸어갈 때 /울리고 돌아서 걸어갈 때 울리고 /의자와 의자 사이로 비집고 갈 때 /울리고 코 풀 수건을 찾으러 갈 때 //三八線을 돌아오듯 테이블을 돌아갈 때 /걸리고 울리고 일어나도 걸리고 /앉아도 걸리고 항상 일어서야 하고 항상 /앉아야 한다 피로하지 않으면 //울린다 詩를 쓰다 말고 코를 풀다 말고 /테이블 밑에 신경이 가고 탱크가 지나가는 /沿道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 피로하지 /않으면 울린다 가만히 있어도 울린다 //美製 陶磁器스탠드가 울린다 /방정맞게 울리고 돌아오라 울리고 /돌아가라 울리고 닿는다고 울리고 /안 닿는다고 울리고 //먼지를 꺼내는데도 책을 꺼내는 게 아니라

먼지를 꺼내는데도 유리문을 열고 /육중한 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울리고 /울려지고 돌고 돌려지고 /닿고 닿아지고 걸리고 걸려지고 /모서리뿐인 形式뿐인 格式뿐인 /官廳을 우리집은 닮아가고 있다 /鐵條網을 우리집은 닮아가고 있다 //바닥이 없는 집이 되고 있다 소리만 /남은 집이 되고 있다 모서리만 남은

돌음길만 남은 難澁한 집으로 /기꺼이 기꺼이 변해가고 있다" (김수영.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의자가 문제이다. 의자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의자가 많아서 걸리는 것이 문제이다. 걸리는 것은 끊어야 아고, 많은 것은 없애야 하고, 의자는 불편을 무릅쓰고 버려야한다. 마음의 집에도 몸의 집에도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의자는 집이다. 가출은 직입의 필요조건이다. 몸의 가출이 출가이고 마음의 가출이 참선이다. 김천 직지사에 가려면 집을 벗어나야 하고, 지도에 없는 직지사에 닿으려면 마음을 떠나야한다. 나는 누구인가? 삶은 무엇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2010.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