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불립문자不立文字
참마음이 빠진 문자엔 생명감이 없다. 참마음 없이 쓴 문자는 전달될 수도 없다. 문자에 참마음이 실려야만 문자는 피어난다. 마음이 방전되듯 충전력을 잃은 언어가 난무한다. 하기야 방전돼 무력한 언어가 삿된 언어보다는 무해하다. 邪心이 담긴 언어도, 私心이 춤추는 언어도 독소가 너무 심하다. 邪心과 私心 위에 雜心끼어든 언어는 도적처럼 세상을 후퇴시킨다.
▣모란꽃은 참마음이 피워올린 땅의 문자이다. 그 향기 얼마나 멀리 가는지 날아드는 벌, 나비를 보라. 김 빠진 맥주는 배만 부르고, 이천원 짜리 중국산 이과두주는 목구멍 짜릿하게 잘 취한다. 부른 배는 화장실 다녀오면 그만이지만 짜릿한 목구멍은 구멍나기 십상이다. 여의도에 나부끼는 건 봄날 벚꽃만이 아니다. 정치모리배의 교언영색이 아일랜드 화산재처럼 하늘을 덮고 멸사봉공, 혹은 위국충정의 명패를 내어 건 새빨간 거짓말의 깃발들이 사시사철 펄럭인다. 떨어진 벚꽃들은 쓸어내면 그만이지만 펄럭이는 깃발은 경찰들이 지켜 어쩔 수가 없다. 딱하다. 딱한 민주주의여. 가로막힌 하늘 길이여.(201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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