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래된 약속

동현이와 함께

by 고요의 남쪽 2010. 3. 8.

 동현이가 내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먼 길을 왔다. 집의 나이로 동현이는 네살이 되었고 나는 육십 세살이 되었다. 동현이는 우리 부부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어린 아이이지만 십년 쯤 지나고 나면 우리가 동현이의 부축을 받아야 하게 되리라. 말도 잘하고 눈도 너무 초롱초롱하고 사내녀석이 애교도 많이 떨고 가끔 신명이 넘치면 입으로 물고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는 야성을 보이기도 한다. 촛불을 불어 끄는 재미로 수없이 생일 축하를 받았다. 과거 시제를 가려 쓰고, 경어법을 알고, 서울 억양을 가진 동현이의 언어 습득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직 ㄹ ㅊ ㅌ 등 동현이에게는 어려운 발음이 적지않지만 "나뭇가지에 실처럼 하얀 톤타탕(솜사탕),,," 과 같은 비유의 구문을 가진 동요를 부르는 네살박이 외손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왜, 우리에게, 어느 별에서 왔는지?...곰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시골집에서 1박2일 함께 보내고 동현네는 서울 가고 우리는 대구로 왔다. 이제 전처럼 같이 가겠다고 떼 쓰지도 않고 다음에 만나자면 그렇게 떨어져 살아야하는 줄 아는 것 같다. 눈에 밟히는 그리움 견디기가 아이에겐들 어찌 쉽기만 하겠는가!  서른 살이 넘은 우리집 아이가 동현이만 했을 때 그 생명의 천진무구를 "너를 보면 왜 나는 강가로 가고 싶니/은모래 헤집고/沙金을 캐고 싶니/너를 보면 왜 나는/양말 갈아신고 기도하고 싶니/장대들고 망태메고 달따러 가고 싶니"라고 노래 했었다.  

'오래된 약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피는 봄사월  (0) 2010.04.10
내 마음의 순례  (0) 2010.03.31
우리는 어느새 35년을 함께 살았고!  (0) 2010.02.24
청도 양영학의 농장, 신태윤과 함께  (0) 2010.02.24
굿모닝! 2010  (0) 201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