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권이탈지역
육군 강병장을 만나러 간다 완주군 구이면 중인리 정자나무 근처에서 출발한 그 길은 논둑 밭둑을 지나 돌배나무 그늘을 가로지른다 초록에 막힌 산길은 물론 통화권이탈지역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는 것은 돌배나무 이파리나 날다람쥐만은 아니다 무르팍 깨지도록 그의 이름 부르며 물봉숭아 군단 곁을 지나거나 첨벙첨벙 개울을 건널 때 깜짝 놀라 흩어지는 모래바람 같은 길들
모악산 어디에도 육군 강병장은 보이지 않는다 날다람쥐가, 계곡 물소리가, 낡은 군화 한 짝이 아주 오래된 문지방을 넘나들고 있다
금산교회는 모악산 발치에 있다.
오늘 설교는 구약, 이사야 선지의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말씀이었다. 우리는 예배를 마치고 십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같이했다. 대접 받았다. "양적 넓이보다 질적 깊이를 가진 교회이기를 기도했다"
남여가 유별했던 시절의 기역자 교회
황소개구리가 컹컹 울던 보름달 훤하던 그 계곡
동백은 이제 겨우 긴 겨울잠을 깨고 있었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를 닮았다 한다//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어떤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찬란히 티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볕이거나 그늘이고나 혓바닥 늘어뜨린/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세상 일 고단해서 지칠 때마다,
댓잎으로 말아 부는 피리 소리로
앳되고도 싱싱히는 나를 부르는
질마재. 질마재. 고향 질마재.
소나무에 바람 소리 바로 그대로
한숨 쉬다 돌아가신 할머님 마을.
지붕 위에 바가지꽃 그 하얀 웃음
나를 부르네. 나를 부르네.
도라지꽃 모양으로 가서 살리요?
칡넌출 뻗어가듯 가서 살리요?
솔바람에 이 숨결도 포개어 살다
질마재 그 하늘에 푸르를리요?
육군 강병장이 40년전 거닐던 고창읍성(모양성)
해는 지고 우리는 백양사에서 여장을 풀었다.
아무도 없는 백양사의 아침은 고요의 겅전이었다.
내 외손자 옹알이처럼
고요의 남쪽에 깽깽이 피었다.
'오래된 약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 편지 (0) | 2010.04.16 |
---|---|
꽃피는 봄사월 (0) | 2010.04.10 |
동현이와 함께 (0) | 2010.03.08 |
우리는 어느새 35년을 함께 살았고! (0) | 2010.02.24 |
청도 양영학의 농장, 신태윤과 함께 (0) | 2010.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