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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약속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by 고요의 남쪽 2009. 10. 4.

 

 

아직은 때가 아닌데 홍시가 되었다. 건강을 다쳤나보다. 

 

나팔꽃 얼굴은 언제나 해맑다.

 

몽상의 샛길을 열어주는 저녁 연기

 

허리가 가늘어 쓸쓸한 꽃 

 

주룩 주룩 쏟아질 듯한, 서울 시인들 올 때까지 기다려주었으면, 

 

낙엽이 내 유년의 발자국을 덮고 있는 고샅길  

 

 

 여름 가고 가을 왔다, 적막한 생처럼

 

뒷집 건모 아저씨 앞마당 들깨

 

 뜰에 참깨를 말리고; 건모 아저씨 슬리퍼는 늘 밖을 향해 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나?

 

 

날이 맑아 구병산이 속속들이 잘 보인다.

 

이 마을 전설을 살고 있는 앞산 소나무

 

 전기 고지서나 먹고 사는 붉은 공복

 

가을을 여름처럼 사는 무우, 배추

 

 

빨간 옷을 입은 천사

 

건모 아저씨 성격처럼 정갈하게 씻은 땅콩

 

약치지 않아도 잘 견디는 붉은 고추의 대견함

 

나무들의 대화를 잘 알아듣는 건모 아저씨와 너무 오랜만에 오른 뒷산

 

나와 동갑인 건모아저씨는 우리 뒷집에 혼자 산다.

 

 

 

중학교를 마친뒤 원양선을 탄다던 그는 중년을 훨씬 넘긴 어느 날 소문없이 돌아왔다.

 

 

 

 

우리는 어느덧 조상을 가까이 뵙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시삿 몫을 받으러 벌벌 떨던 아주 먼. 흐린 기억 속의 기비똥, 50년도 더 되어 들렀다.

 

왜 원양선을 그만 두고 고향에 왔는지, 삶은 어떻게 꾸려왔는지, 저간의 내력이 사뭇 궁금하다.

 

 

 깨끗한고 정갈하게 혼자 여생을 다독이는 마음으로 술을 따른다 

 

초등학교 적 하교길에 고염을 주워 먹던 곳

 

부산에 두고 온 처자식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상처 덧날까  묻지 못한다.

 

 

독서를 하고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욕망의 등짐을 가볍게 하려 애쓰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초등학교적, 우리는 이 곳에서 처음 개구리 헤엄을 배웠다

 

 

사진을 찍겠다고 포즈를 취한 멋적음, 비껴갈 수없는 세월이 헐렁하게 보인다.

 

오랜만에 낚시를 했다.

 

 

매운탕 거리가 잘 잡히는지? 딸아이가 왔다

 

건모 아저씨가 살아온 삶의 뒤안 길이 자꾸 궁금해진다.

 

송사리를  잡던 연못에서 잡은 잉어, 잘 가거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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