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가 아닌데 홍시가 되었다. 건강을 다쳤나보다.
나팔꽃 얼굴은 언제나 해맑다.
몽상의 샛길을 열어주는 저녁 연기
허리가 가늘어 쓸쓸한 꽃
주룩 주룩 쏟아질 듯한, 서울 시인들 올 때까지 기다려주었으면,
낙엽이 내 유년의 발자국을 덮고 있는 고샅길
여름 가고 가을 왔다, 적막한 생처럼
뒷집 건모 아저씨 앞마당 들깨
뜰에 참깨를 말리고; 건모 아저씨 슬리퍼는 늘 밖을 향해 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나?
날이 맑아 구병산이 속속들이 잘 보인다.
이 마을 전설을 살고 있는 앞산 소나무
전기 고지서나 먹고 사는 붉은 공복
가을을 여름처럼 사는 무우, 배추
빨간 옷을 입은 천사
건모 아저씨 성격처럼 정갈하게 씻은 땅콩
약치지 않아도 잘 견디는 붉은 고추의 대견함
나무들의 대화를 잘 알아듣는 건모 아저씨와 너무 오랜만에 오른 뒷산
나와 동갑인 건모아저씨는 우리 뒷집에 혼자 산다.
중학교를 마친뒤 원양선을 탄다던 그는 중년을 훨씬 넘긴 어느 날 소문없이 돌아왔다.
우리는 어느덧 조상을 가까이 뵙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시삿 몫을 받으러 벌벌 떨던 아주 먼. 흐린 기억 속의 기비똥, 50년도 더 되어 들렀다.
왜 원양선을 그만 두고 고향에 왔는지, 삶은 어떻게 꾸려왔는지, 저간의 내력이 사뭇 궁금하다.
깨끗한고 정갈하게 혼자 여생을 다독이는 마음으로 술을 따른다
초등학교 적 하교길에 고염을 주워 먹던 곳
부산에 두고 온 처자식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상처 덧날까 묻지 못한다.
독서를 하고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욕망의 등짐을 가볍게 하려 애쓰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초등학교적, 우리는 이 곳에서 처음 개구리 헤엄을 배웠다
사진을 찍겠다고 포즈를 취한 멋적음, 비껴갈 수없는 세월이 헐렁하게 보인다.
오랜만에 낚시를 했다.
매운탕 거리가 잘 잡히는지? 딸아이가 왔다
건모 아저씨가 살아온 삶의 뒤안 길이 자꾸 궁금해진다.
송사리를 잡던 연못에서 잡은 잉어, 잘 가거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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