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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약속

단풍이 오셨네

by 고요의 남쪽 2009. 10. 31.

 

 안개를 거느리고 단풍이 오신 마을

 

버들개 물매화

 

저 청아한 음성

 

 남천과 남천사이 단풍이 오셨네

 

감식초

 

 둥글게 둥글게 단풍이 오셨네

 

 초록의 한철

 

내 아버지는 감깎기의 명수, 요즘말로 달인(?)이셨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단풍이 오셨네

 

나도 모르게 그날 이후 내 웃음은 늘 배가 고파 

 

가을 껍질에도 어김없이 단풍이 오셨네

 

 오랜만에 형제들 모여 막걸리 곁들인 흥겨운 바베큐, 타오른 불꽃에도 단풍이 오셨다

 

첫키스의 순간이 이처럼 설레일까

 

 어머니의 고향 앞산, 백화산 뉴스프링빌2에서의 한때; 어제와 내일의 액자 속에 영원히 갇혀있을 오늘. 

 

 사촌, 다섯째 아우의 샷은 좋아져서 자욱한 안개 속에서도 공은 제 자리를 잘 찾아갔다

 

그의 샷은 놀랄만큼 좋아져서 오늘 나는 만원을 잃었다

 

 먼 훗날 다시 보면,,, 이런 때도 있었지!

 

 오갈피에도 검은 단풍이 오셨네; 건모 아제 집에는 잘 빚은 오갈피주가 한 독 있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우리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탱자가시에 찔려도 가을 하늘은 피 흘리지 않는다

 

쳐박힌 꿈 

 

 건모 아제가 만든 감또개; 앵두주는 귀한 사람이 오면 내놓는 술이라며 내게 권하던,,,눈 오는 저녁, 앵두주의 안주감으로 잘 어울리겠다.

 

 손수레 앞세우고 감따러 가는 건모 아제

 

제 할일 을 끝낸 웃뜸 우물 

 

 

 오늘 우리는 별처럼  촘촘한 저 주황의 주먹들을 거두어야 한다

 

따따지 않고 흔들었다. 삼할은 깨어지고 덩쿨쿠션이 좋아 칠할은 멀쩡했다. 깨어진 것은 부산댁이 주어다가 식초를 담글것이다

 

건모 아제와 함께한 오늘의 전과  

 

 

 

 

 깎는 일도 따는 일만큼 힘이든다

 

콩콩콩콩 단풍이 마당 가득 오셨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동(1000개)의 곳감을 처마 밑에 매달았다.  겨울 밤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건모 아제와 헤어져 오는 길이 허전했다. 인생의 한 복판 20년 배 타고, 두 여자와 헤어지고, (잘했으면 국민주택형 아파트 스무채를 가진 부자일 수도 있었을텐데,,,) 황혼녘에 빈 손으로 돌아와 꿈도 욕심도 다 내려놓고,,,부산대학교 영문과 2학년 재학중인 유일한 피붙이 딸아이를 향한 그리움마저 애써 내려놓고,,,"착하고 공부 잘한데, 장학생이래, 다섯살때 보고 얼굴 못봤어,,," 깨달은 자가 어디 히말라야 눈밭에만 살고 있으랴! 용서는 못해도 잊을 수는 있다는,,,잊고나니 편하고, 행복하고, 시간이 잘가서 아깝다는, 책 읽을 시간이 모자라 안타깝다는, 내년에는 새마을 지도자 자리도 내 놓고 시간을 벌어야겠다는,,,"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가족들 참 좋은 사람들이었어,,,모두가 내 운명이야 ,,," 담담하게 말하는 나와 초, 중학교 동창, 동갑내기 건모 아제,,, 뒷집에 살아 시골이 넉넉하다. 2009년 10월 30일,  허심재 거기 두고 나는 대구로 오고, 건모 아제는 서씨집 감따러 갔다.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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