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시골은 너무 멀고 낙후된 재미없는 곳이었다.
일하느라 바쁜 엄마는 놀아주지 않고, 오래간 만에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낯설고 불편했다.
푸세식 화장실과 울퉁불퉁한 길과 나를 위협하던 수탉떼.
소똥과 개똥이 풍기는 냄새도 싫었고, 너무도 길었던 깜깜한 밤의 적막도 싫었다..
시간이 흘러, 시골에서의 적막은 고요가 되었다.
고요가 평화롭게 느껴지던 시기를 지나고,
이제.. 아이와 함께하는 시골은 즐거움이 되었다.
한참 세상에 부딪치느라 분주했던 지난날,
아버지는 낡은 기와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지으셨다. 그리고 '허심제'라 이름지으셨다.
빽빽한 아파트의 숨막힘도, 복잡한 도로의 어지러움도, 행인을 위협하는 오토바이와 차도 매연도 공해도 전자파도 없는 이곳에서 내 아이는 또 자연 속으로 탐험을 나선다.
지난달 동생과 심은 무가 벌써 이만큼 자랐다.
수십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제 자리를 지켜온 감나무.
올해도 가지가 무겁도록 감이 열렸다.
부지런한 어머니는 어딘가에서 돌을 주워다 이렇게 멋진 돌다리를 만들었다.
제 몸만한 곰 인형을 엉거주춤 안고서 어디를 가려는 걸까?
이 작은 머릿속에는 대체 어떤 생각들이 들어있는 것인지...
아버지와 뒷집 아저씨는 '나무들이 서로 이야기를 한다는 산'을 다녀오겠다 하셨다.
저도 따라가겠다며 여기저기를 헤메며 할아버지를 애타게 불러본다.
출처 : To be a motherlike mother
글쓴이 : 동현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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