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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김삿갓

by 고요의 남쪽 2018. 8. 16.

김삿갓

지관智冠

 

이왕 관을 쓰려면 지혜의 관을 쓰고 싶다. 그것도 높게, 우아하게, 화려하게 쓰고 싶다. 승리의 월계관을 쓰면 역사책에 기록되지만 지혜의 높은 관을 쓰면 역사책을 넘어서게 된다. 법명이 지관인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며칠 전 퇴임하였다. 그 뒤를 이어 자승慈乘 스님이 취임하였다. 지관과 자승, 잘 어울리는 음양의 상생적 한 쌍이다.(정효구)

 

내게는 모자가 서른 개가 넘게 있다. 산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다. , 여름, 가을 겨울 모자도 있고 페도라도 있고 파나마 헷도 있다. 시골에도 있고 대구에도 있다. 옷걸이에도 있고 가방 속에도 있다. 운동모자도 있고 밀짚모자도 있다. 모자를 모으는 게 취미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모자 가게를 만나면 머뭇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늘 모자를 쓰고 다닌다. 습관이 되었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신발을 신지 않고 길을 가는 것처럼 허전하다. 빠진 머리칼이나 흰 머리칼을 감추기 위한 것일까? 추위와 더위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일까?. 그러면 멋 내기 위한 것일까? 지혜의 관이나 승리의 월계관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거슬러 곰곰 생각해 보니 노천명의 향그러운 관보다 김삿갓의 삿갓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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