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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깨달음의 깨달음

by 고요의 남쪽 2018. 8. 10.

깨달음의 깨달음

주리반특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나쁜 주리반특도 깨달았는데 나라고 못 깨달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리반특은 은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말 한마디(‘먼지를 털자’)를 반복하다가 깨달음에 이른 사람도 있는데,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리반특은 역시 은인이다. 세상에서 빗자루 하나 건네주고 깨닫게 한 사람도 있는데, 생각하면, 주리반특에게 빗자루를 건네준 석가모니 부처님은 은인이다. (정효구)

 

깨달음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전적 의미라면 내게도 깨달음의 은인은 많이 있다. 그 길의 끝까지 가보지 못한 내 생의 엉거주춤이 가장 힘든 삶의 자세이었으므로 그래 고생했다, 깨닫게 해 준, 나를 훔쳐간 실개천이 나의 은인이고, 인간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년과 그놈이 나의 은인이고, 코피 흘리기를 두려워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흉측한 전갈들이 나의 은인이고, 모자가 하늘을 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주홍글씨가 나의 은인이고...

그러나 이와 같은 깨달음은 깨달음이 아니라는 깨닫게 해준 주리반특이 나의 은인이다.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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