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멋쟁이다
삭발削髮
승복의 색인 괴색壞色이 아무에게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삭발 또한 사람을 까다롭게 가린다. 괴색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멋쟁이라면 삭발이 어울리는 사람 또한 대단한 멋쟁이이다. 삭벌은 자발적 거세를 통한 우주적 중생이자 영생의 심벌이다. 가릴 것 없이 모든 것을 삭발한 듯 내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무애한 길의 초입에 들어설 수 있다.(정효구)
▣폭염의 나날이지만 입추 지났으니 곧 가을이 올 것이다. 나무들은 붉게 물든 잎을 스스로 떨구어 겨울나기 채비를 할 것이다. 겨울잠에 들기 위한 나무들의 삭발의식, 우수수 낙엽 지는 날이 기다려진다. 열매를 허공에 남겨두고 빈손으로 떠나는 가을은 외투 깃을 세우고 저녁놀에 기대 선 멋쟁이 같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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