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난胡蝶蘭
균여均如
균여均如는 진여眞如다. 고르고 평평한 세계, 공평하고 무사한 세계가 바로 진리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승려이자 시인이었던 균여는 그의 아름답게 균질한 세계를 살다 갔다. 잘 살다 간 사람의 뒷길엔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 ‘성균成均’의 그것처럼 음양이 균형 있게 구현된 자족의 삶이 있을 뿐이다.(정효구)
▣내 거실에 호접난胡蝶蘭 피어 있다. 후배 시인 윤일현이 <<차갑게 식힉힌 햇살>> 출간기념으로 보내 온 것이다. 아이보리에 노란색이 스민 빛깔이 밤낮없이 편안하다. 꽃이 질 때까지 날지 않는 나비, 날아가지 않는 나비, 나비의 진여眞如이다. 자연은 저렇듯 자족하여 편안한데,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살다 간 뒷길에 그림자를 남기려 한 생을 허비한다. 성균의 문턱에 이르지도 못했으니 내가 쓰는 글도 그림자일 터이다. 비가 내려도 지워지지 않는 명예라는 허명의 얼룩인지 모르겠다.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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