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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호접난

by 고요의 남쪽 2018. 7. 13.

 

호접난胡蝶蘭

균여均如

 

균여均如는 진여眞如. 고르고 평평한 세계, 공평하고 무사한 세계가 바로 진리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승려이자 시인이었던 균여는 그의 아름답게 균질한 세계를 살다 갔다. 잘 살다 간 사람의 뒷길엔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 ‘성균成均의 그것처럼 음양이 균형 있게 구현된 자족의 삶이 있을 뿐이다.(정효구)

 

내 거실에 호접난胡蝶蘭 피어 있다. 후배 시인 윤일현이 <<차갑게 식힉힌 햇살>> 출간기념으로 보내 온 것이다. 아이보리에 노란색이 스민 빛깔이 밤낮없이 편안하다. 꽃이 질 때까지 날지 않는 나비, 날아가지 않는 나비, 나비의 진여眞如이다. 자연은 저렇듯 자족하여 편안한데,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살다 간 뒷길에 그림자를 남기려 한 생을 허비한다. 성균의 문턱에 이르지도 못했으니 내가 쓰는 글도 그림자일 터이다. 비가 내려도 지워지지 않는 명예라는 허명의 얼룩인지 모르겠다.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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