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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쏜살같이

by 고요의 남쪽 2018. 7. 10.

쏜살같이

대원大願지장보살地藏菩薩

 

꿈도 참 대단하다. 그야말로 대원이다. 지옥중생을 다 건질 때까지 부처가 되지 않겠다는 그 원을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너무 큰 꿈이 삶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너무 큰 것은 언제나 추상성을 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장보살의 이토록 큰 꿈은 추상으로 다가오지 않으니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몇 해 전, 경기도 이천의 한 작은 암자에 갔더니 스님 한 분이 옷이 땀에 젖도록 지장보살을 몇 시간이나 염송하고 있었다. 염송을 마친 스님은 다른 나라의 사람 같았고, 그분은 한 번의 두리번거림도 없이 마당을 가로질러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는 분명 누군가의 영혼을 지장보살과 합심하여 구원해낸 것이라 생각된다. 늪으로 빠져드는 한 영혼을 살려내기 위해 그는 그토록 엄청난 땀을 흘린 것이라 짐작된다.(정효구)

 

화살 하나가 쏜살같이 마당을 지난다. 쏜살이 쏜살같은 흔적을 지운다. 흔적 없는 마당은 흔적 없어 가볍다. 땀은 날개의 동력動力이기 때문이다. 풍경 끝 하늘이 파랗게 펄럭거린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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