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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구원chaii

어느 길로 가셨을까

by 고요의 남쪽 2018. 7. 23.

어느 길로 가셨을까

육바라밀六波羅密 2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가는 여섯 가지 길 가운데 어느 길이 가장 좋을까. 눈 밝은 대선각자들이 각자의 특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여섯 가지 길이나 제시해놨으니, 피안에 이르는 길은 참으로 넓은 셈이다. 오늘 밤 조용히 생각해본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길은 어떤 길일까.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가운데 어느 것이 나를 저쪽 언덕으로 잘 데려다 줄까. 바퀴도 크고 길도 넒은 것 같지만, 선뜻 택할 만한 것이 마음에 들어앉지는 않는다. 장고 끝에 지혜쪽을 생각해 보지만, 그것도 문자 공부에 익숙한 그간의 내 입과 습이 빚어낸 결과인 듯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난날을 일거에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정효구)

 

시골 사시는 숙부께서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백수를 내일 모레 남기고, 스쿠터를 타고 찻길을 달리다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셨다 한다. 목격자가 없다하니 알 길은 없지만 아마도 누군가의 난폭한 자동차가 늙은 숙부를 밀쳤으리라. 그렇게 가시다니!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가운데 어느 길로 가셨을까. 어느 한 길로는 모자라 여섯 가지 길로 모두 가셨으리라. 욕심이 많은 어른이셨으니까.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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