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로 가셨을까
육바라밀六波羅密 2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가는 여섯 가지 길 가운데 어느 길이 가장 좋을까. 눈 밝은 대선각자들이 각자의 특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여섯 가지 길이나 제시해놨으니, 피안에 이르는 길은 참으로 넓은 셈이다. 오늘 밤 조용히 생각해본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길은 어떤 길일까.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가운데 어느 것이 나를 저쪽 언덕으로 잘 데려다 줄까. 바퀴도 크고 길도 넒은 것 같지만, 선뜻 택할 만한 것이 마음에 들어앉지는 않는다. 장고 끝에 ‘지혜’ 쪽을 생각해 보지만, 그것도 문자 공부에 익숙한 그간의 내 입과 습이 빚어낸 결과인 듯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난날을 일거에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정효구)
▣시골 사시는 숙부께서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백수를 내일 모레 남기고, 스쿠터를 타고 찻길을 달리다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셨다 한다. 목격자가 없다하니 알 길은 없지만 아마도 누군가의 난폭한 자동차가 늙은 숙부를 밀쳤으리라. 그렇게 가시다니!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가운데 어느 길로 가셨을까. 어느 한 길로는 모자라 여섯 가지 길로 모두 가셨으리라. 욕심이 많은 어른이셨으니까.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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