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색연구원chaii

실과 바늘

by 고요의 남쪽 2018. 7. 28.

실과 바늘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

 

제목만 외워 불러도 인생길이 한결 순탄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나무묘법연화경을 그 뜻도 모른 채 외워대던 친구의 부모가 계셨다. 본래 그 동네에서 넉넉한 축에 끼였던 그 부모는 언제나 편안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갖고 계셨다. 나는 그가 나무묘법연화경의 진의를 몰랐어도 집신즉불卽佛을 외우다 견성한 어느 노인처럼 이 주문에 진심을 바치다가 그만 자신도 모른 채 전심을 바친 만큼 밝아진 것은 아닌가 짐작해 본다. 부처가 아닌 것이 없으니, 어느 것을 진심으로 사모해도 존재는 차츰 밝아진다. 사모思慕 라는 말이 유달리 사무치는 날이다.(정효구)

 

사모한다는 말과 사무친다는 말은 실과 바늘 같다. 사무치지 않는 사모는 사모가 아니고 사모하지 않는 사무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사모의 바늘로 사무침의 실을 꿰어 두 눈이 침침해 올 때까지 뜨개질을 하고 있다. 뜨개질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으리라. 기약 없이 눈 내리는 그믐밤이었으리라.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동구 밖 적막을 일깨우는 외딴집이었으리라. (강현국)


'녹색연구원cha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고독하고 쓸쓸한 그일  (0) 2018.07.31
미화라는 말이 있다  (0) 2018.07.30
어느 길로 가셨을까  (0) 2018.07.23
호접난  (0) 2018.07.13
쏜살같이  (0) 20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