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과 바늘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
제목만 외워 불러도 인생길이 한결 순탄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나무묘법연화경’을 그 뜻도 모른 채 외워대던 친구의 부모가 계셨다. 본래 그 동네에서 넉넉한 축에 끼였던 그 부모는 언제나 편안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갖고 계셨다. 나는 그가 나무묘법연화경의 진의를 몰랐어도 ‘집신즉불卽佛’을 외우다 견성한 어느 노인처럼 이 주문에 진심을 바치다가 그만 자신도 모른 채 전심을 바친 만큼 밝아진 것은 아닌가 짐작해 본다. 부처가 아닌 것이 없으니, 어느 것을 진심으로 사모해도 존재는 차츰 밝아진다. 사모思慕 라는 말이 유달리 사무치는 날이다.(정효구)
▣‘사모한다’는 말과 ‘사무친다’는 말은 실과 바늘 같다. 사무치지 않는 사모는 사모가 아니고 사모하지 않는 사무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사모의 바늘로 사무침의 실을 꿰어 두 눈이 침침해 올 때까지 뜨개질을 하고 있다. 뜨개질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으리라. 기약 없이 눈 내리는 그믐밤이었으리라.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동구 밖 적막을 일깨우는 외딴집이었으리라.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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