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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10. 1.

128. 방생放生 1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 수 없고, 자신이 탐구하지 않는 지식을 남에게 가르칠 수 없듯이, 제 존재를 방생하지 못한 사람이 다른 존재를 방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저 자신을 방생할 일이다. 탐진치로 얽힌 모든 질병과 죽음의 끈을 풀어버릴 일이다. 이 모든 것은 인위의 힘이나 무사의 무력으로 풀기가 어렵다. 둥글게 열린 그 온화하고 트인 일심의 자리를 관하여 체득해야만 얼음장 같은 업장이 봄날의 눈 녹듯 아래쪽부터 녹는다. 거북이를 싸들고 저 임진강쯤에 소풍가듯 단체로 관광버스 타고 가서 아주머니들이 거북이를 풀어주고 돌아온다. 살생에 가까운 방생을 하고 그들은 오인된 만족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 삿되고 어리석은 방생이 거북이도, 사람도 죽은 쪽으로 몬다.

▣맑은 물 한 컵이 있다. 한 생을 함께 해서 촉이 다 닳은 만년필에는 덕지덕지 마른 잉크딱지가 붙어 있다. 뚝살 앉은 농부의 손바닥 같다. 컵 속에 만년필을 담근다. 마른 잉크딱지가 조금씩, 아주 조용하게 풀려 맑은 물에 스민다. 농부의 손바닥이 다 닳는데는 얼마나 많은 양의 물과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어림되지 않는다. 만년필의 촉이 맨얼굴을 들어낼 때까지 방생해애 할 저 두터은 탐진치! 컵 속의 물은 이내 푸른 얼룩으로 스스로 저물었으니,,, (2010.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