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공양供養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공양을 하고 공양을 받는다. 약 아닌 풀이 없듯이. 모난 돌도 쓸 데가 있듯이,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어 상호공양의 소통 속에 살아간다. 오늘 아침 나는 아침식사 이외에도 햇빛 공양, 바람 공양, 들풀 공양, 새소리 공양, 하늘 공양, 샘물 공양을 받고 깨어났다. 저녁 무렵 산책을 나가면 더 대단한 공양을 받을 것이다. 초승달 공양, 은하수 공양, 풀벌레 공양, 꽃향기 공양, 밤이슬 공양......공양하는 그들의 목록을 헤아려 다 기록할 수가 없다. 나는 이 세상에 와서 무슨 공양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몸으로, 정서로, 생각으로, 힘으로, 또 그 무엇으로 무슨 공양이라도 조금 하고 살기는 사는 것일까. 깨끗한 공양이 아니면 진정한 공양도 될 수 없는데, 그나마 작은 공양이라도 하게 되면 과연 청정심을 근저에 품고 하기는 하는 것일까. 내가 내놓은 세상의 공해품목 앞에서 부끄럽기만 하다. 살로 가지 않는 것을 공양품처럼 너무 많이 내놓았다.
▣나의 침묵과 고독도 공양이 될 수 있을까. 헨리 나우웬을 읽었다. 침묵은 어둠의 음성을 지나 빛의 음성을 들으러 가는 통로라고 쓰고 있다, 공동체 없는 고독은 우리를 외로움과 절망에 빠지게 하고 고독이 없는 공동체는 우리를 말과 감정의 공허로 밀어넣는다고 쓰고 있다. 내가 세상에 내놓은 공해품목을 침묵과 고독 속에 헹구어 본다. 그대 숨쉬는 공기 한 줌이라도 깨끗해지면 좋겠다.(201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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