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대웅전大雄殿
사찰의 핵심은 탑신이지만 중생의 마음에는 그것이 대웅전인 것 같다. 이런저런 문을 지나 절의 본문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누굴 만나기라도 해야 하는 듯이 성급하게 쫓아 달려가는 곳이 대웅전이다. 대웅전! 누가 지었는지 그 이름도 중심처럼 웅장하다. 큰 영웅이 사는 대웅전엔 정말 너무 커서 어쩔 수 없기도 한 금불대웅들이 앉아 계신다. 경계나 형상에 '끄달리지' 말라고 그리 경고를 해도 영웅 같은 불상 앞에선 평상심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대웅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을 한다. 그들은 경계를 넘어섰거나 경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도저도 아닌 난 늘 대웅전 주위를 맴돌다 돌아온다. 절마당 같은 것이나 쓰다듬다 멋적게 발길을 돌린다.
▣대웅전은 근원이다. 대웅전은 뿌리이고 태초이고 중심이다. 이를테면 대웅전은 불심의 아르케이다. 그러므로 대웅전 없는 절간은 없다. 대웅전으로부터 불사는 시작되고 대웅전으로부터 불사는 완성된다. 대웅전은 무게의 중심이고, 중심의 무개이다. 그러므로 가건물 상태의 절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마음이 골안개처럼 아주 편안하게 가라앉는 이유이다. 역으로 대웅전 없는 세상은 불안하다.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언제 철거될 지 모르는 가건물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책의 저자가 '대웅전'을 100번 째로 소개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뜻에서이다. 대웅전의 雄자는 사내를 가리키는 글자이다. 사내를 영웅으로 모신 집을 향해 항의를 하는 여권운동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같은 이유에서이다. 대웅전을 짓자. 개인의 대웅전을 넘어, 시대의 대웅전을 넘어, 인류 역사의 보편을 아우러는 대웅전을 짓자. 개념 있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하여!(201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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