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탑신塔身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부부처럼 서 있다. 단출한 석가탑과 화려한 다보탑이 음양 한 쌍으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다. 잘 늙은 노 부부가 이들 두 탑을 흠모하며 마당 한 쪽에서 알 수 없는 깊이까지 고요해진다. 인간의 몸도 탑신이고 그 탑신 또한 절들의 탑들처럼 깊고 환해질 수 있다는 말이 그들로부터 전해온다. 다보탑과 석가탑 옆에 서 있는 두 부부가 또한 한 쌍의 불국사 탑신 같은 것이다.
▣탑은 곰삭은 시간의 향기. 환한 탑신으로 서 있는 노 부부의 뒷모습은 時空 너머 사무친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는 욕심의 산을 넘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리고 마는 두려움의 강을 건너 이곳까지 왔으리라. 집착의 산을 넘고 포기의 강을 건너 여기까지 오는데 한 생을 다하고도 모잘랐으리라. 그래도 모자라 비바람에 닳지 않는 탑으로 섰으리라. (201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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