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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깽깽이, 깽, 소리에 제 꽃잎 떨어뜨리다 붙여진 이름

by 고요의 남쪽 2010. 7. 19.

옛날 옛적

 세한도 ․  55


해종일 처적 처적 눈이 내렸다. 옛날 옛적과 거래하지 않겠다. 내일 모레가 경칩인데 그 마을은 하얀 눈 나라였다. 전화기 전원을 끄고 나는 소문보다 멀리 그리고 기억보다 아득히 잠적했다. 배고픈 곤줄박이가 건초더미를 들락거렸다. 사람을 믿은 죄의 기억들이 신발도 신지 않고 불안의 낮과 밤을 들락거렸다. 잠깐, 잠깐 선잠 속에 옛날 옛적 눈이 내렸다. 콩 심은데 팥 났다며 태산이 불쑥 하늘 위로 솟구쳤다. 괘씸한 놈, 아닌 밤중 큰 주먹이 옛날 옛적의 뺨을 때리려다 말썽이 싫어서 그만두었다. 쌓인 눈이 녹자 옛날 옛적 성난 군화 발자국 소리가 어지럽게 쳐들어왔다. 내 몸 이곳저곳 들락거리던 곤줄박이가 거짓말처럼 앞산으로 잠적했다.


깽깽이

깽, 소리에 제 꽃잎 떨어뜨리다 붙여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