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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내 사랑 루디아

by 고요의 남쪽 2010. 7. 15.

 


내 사랑 루디아

   세한도 ․  54


치욕이 치욕의 머리끝까지 성난 가지를 뻗어 올렸다. 달은 이미 지고 밤은 깊어 캄캄했으나 왼팔과 오른팔이 다투지는 않았다.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치욕이 제 몸을 닫아걸었다. 치욕의 습관이다. 치욕은 혁명의 숙주이므로 겨울에는 털모자를 쓰고 비 오는 날엔 지하철 종점까지 나들이를 가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다. 치욕의 생리이다. 치욕이 치욕의 발끝까지 젖은 뿌리를 뻗어 내렸다. 잔치는 끝나고 설거지거리만 지천이었지만 손이 발에게 냄새나고 더럽다고 투덜대지 않았다. 닭이 세 번 울었을 때 놀란 치욕이 제 몸의 자물쇠를 하수구에 버렸다. 습관은 타성이고 생리는 본능이다. 혁명은 팔다리가 없음으로 그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계신다.


루디아,

비단 장수 루디아, 귓속말같이

끝없이 흐르는 자줏빛 냇물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