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무거운 감옥 한 채
세한도 ․ 56
주먹만 한 돌덩이 하나 주어왔어 사흘 밤 사흘 낮 물 먹였어 매부리코였어 그대 형형한 논리가 제아무리 하늘을 찌른다한들 가야산 빙벽처럼 사흘 밤 사흘 낮을 저 높은 날벼랑에 엎지르지 못하네. 빌립보 감옥 무너진 담장에서 주먹만 한 돌덩이 하나 주워왔어 쭈그리고 앉아 한나절 하이타이를 풀어 수세미로 문질렀어 대머리였어 그대 번쩍번쩍 빛나는 언변이 제아무리 청정해서 강바닥 가재 발을 헤아린다한들 귀뚜라미 부부처럼 별빛을 찢어먹고 가을 밤 별빛을 새끼 치진 못하네. 해 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잠 못 드는 별빛을 다독이진 못하네. 사도 바울이 갇혔던 빌립보 감옥 무너진 담장에서 언어의 조막손 하나 주워왔어 사흘 밤 사흘 낮 햇볕에 말렸어 등 굽은 안짱다리였어 마그마로 솟구치는 그대 열정이 人家를 덮쳐 추문을 전설로 만든다한들 목 쉰 찬바람에게 햇볕을 오려 만든 털양말 한 켤레 신기지 못하네. 어찌하겠는가, 마시는 물도 숨 쉬는 공기도 주먹처럼 어둡고 돌처럼 딱딱한 날들의 몸 무거운 감옥 한 채!
절뚝, 절뚝,
누군가 지중해 연안을 어깨에 걸치고 절뚝, 절뚝, 절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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