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출가出家 2
身出家도 어렵지만 心出家는 더 어렵다. 재가자에게 신출가 대신 심출가를 하면 된다고 하는 말은 사람들에 대하여 많은 것을 포기한 자의 조언이다. 몸은 한나절 부릴 수 있어도 마음은 찰나도 부리기 어렵다. 몸은 물체이니 이삿짐 트럭에 싣고 나를 수 있어도 마음은 기체와 같으니 실어 나를 수도, 잡아 앉힐 도리도 없다. 출가의 유혹을 느끼고 나 자신이 삭발한 모습을 가끔 상상해본다. 어림없다. 일그러진 얼굴을 성형수술하려면 수만 생이 더 필요할 듯하다. 일그러진 얼굴도 이렇게 난감한 시간을 요구하는데, 제멋대로인 마음은 언제, 어떻게 제 모습을 복원하나?
▣그 집의 울타리는 분노의 가시를 가진 탱자나무 울타리이거나 그 집의 담장은 무거운 죄책감으로 쌓아올린 돌담장이다. 분노와 죄책감은 암보다 치명적인 생의 먹구름이다. 울타리 불 태우고 돌담장 무너뜨린 그 자리, 그 때 그자리의 하늘은 깊고, 그 때 그 자리의 땅은 반듯하다. 天地玄黃이다. 자유의 제 모습, 제 모습의 자유가 거기 있다. 검찰청을 나오면서 나는 휘파람을 불고 콧노래를 불렀다. 삼년 동안 갇혀 살던 그 집을 뛰쳐나와 나는 비로소 내 생의 이면을 돌아볼 수 있었다. 성공적인 성형수술을 마치고 거울 앞에 앉은 시집 못간 당신처럼 평화와 고요와 따뜻함을 오랜만에 만났다. 宇宙弘荒의 그 집을 출가한 그날 나는 "적막의 음문으로부터 고요의 입구까지 천리 길이네/무섭다! 혼자서 흘렀을 흐름의 태초, 아득한/지상의 순리"라고 썼다.(201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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