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붉은 딱새*
진실을 말하건데,
해질녘 무릉에서 날아 온 딱새
무릉 등에 지고 날아 온 딱새
자작나무, 아니 아니 서나무 가지 사이로
금빛 문고리 입에 물고 날아 온 딱새
사실을 말하건데,
녹슨 자전거를 타고 온 딱새
그래 그래 고단한 시인이 등짐 부려놓는
창궐하는 쑥대밭 뚝길을 지나
우편 배달부가 메고 온 딱새
금빛 관념과 쑥대밭 날것 사이
문풍지 흔들며 찬바람 불고
바람 곁에 둥지 트는 가슴이 붉은 딱새
*오규원 산문집,『가슴이 붉은 딱새』, 문학동네,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