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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기슴이 붉은 딱새

by 고요의 남쪽 2009. 4. 30.

  가슴이 붉은 딱새*




진실을 말하건데,

해질녘 무릉에서 날아 온 딱새

무릉 등에 지고 날아 온 딱새

자작나무, 아니 아니 서나무 가지 사이로

금빛 문고리 입에 물고 날아 온 딱새

사실을 말하건데,

녹슨 자전거를 타고 온 딱새

그래 그래 고단한 시인이 등짐 부려놓는

창궐하는 쑥대밭 뚝길을 지나

우편 배달부가 메고 온 딱새


금빛 관념과 쑥대밭 날것 사이

문풍지 흔들며 찬바람 불고

바람 곁에 둥지 트는 가슴이 붉은 딱새



*오규원 산문집,『가슴이 붉은 딱새』, 문학동네,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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