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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저물녘

by 고요의 남쪽 2009. 11. 30.

저물녘/이동백


늙은 굴참나무 키 높아

가지 끝에 서산이 걸려 있네


뿌리 쪽으로

길을 드러낸 가지


새들은 떠나거나 돌아오네


저물녘이네

자네는 모래무덤 펼쳐진 고요를 붙들고 있게


나는

어두워질수록 또렷이 드러나는

능선 위의 나뭇가지를

좀더 보아야 하네


*몸도 마음도 비만이 문제라면 천고마비보다는 다이어트의 계절이라 가을을 칭송하는 게 옳겠다. 군살을 빼어버린 듯 하늘 푸르고 잠자리 날개 위 햇살 가볍다. 시냇물 해맑게 흐르고 초록을 벗어버린 굴참나무 늙은 가지 서산까지 뻗는다. 가을 저물녘은 영혼이 눈뜨는 시간; 뿌리가 가는 길이 가지 끝에 보이고 강변 가득 고요가 만져진다. 떠나거나 돌아오는 새들의 침묵을 헤아릴 때까지 시인은 능선 위 나뭇가지를 좀더 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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