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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촛불

by 고요의 남쪽 2009. 10. 7.

 






니르바나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촛불을 불어 끈다'는 뜻이다
그것은 마음의 소멸이다

타고르의 부친은 매우 부유한 영주였다
그는 작은 나룻배를 타고 영지 한가운데로 흐르는
아름다운 강위에서 몇달씩 살곤 했다

어느 보름달이 뜬 밤에 이런 일이 있었다
그는 나룻배 안에 작은 촛불을 켜놓고
크로체가 쓴 중요한 미학논문을 읽고 있었다
밤이 깊은 시각에 크로체의 난해한 이론에 지친 그는
책을 덮고 촛불을 불어 껐다
그는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그 작은 촛불이 사라지는 순간
나룻배의 모든 문과 창문으로부터
달빛이 춤추며 흘러들어 왔다

달빛이 나룻배 안을 환한 광채로 가득 채웠다
"아름다움이 나를 온통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작은 촛불이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것이 니르바나의 정확한 의미이다
그대 에고의 작은 불빛이
마음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의식의 작은 촛불이
전 우주가 그대 안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오직 무심만이 니르바나와 동격이 될 수 있다
무심은 니르바나에 이를 필요가 없다
무심이 바로 니르바나이다
마음이 세상이고 무심은
그 세상으로부터의 자유이다
마음은 불행이다
그리고 무심은 불행의 끝이며
환희의 시작이다


<라즈니쉬의 달마어록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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