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이따끔 대합실을 기웃거리는
흰나비와 아름다운 햇빛
그리고 솔바람 뿐입니다
이곳 운문사는
자판기 종이컵에 반쯤 고이는
200원어치의 적막 뿐입니다
파랗게 엎드린 질경이의 그 길은
시냇가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시냇물 무심히 들여다 봅니다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시냇물 맨발 들여다 봅니다
이제 막 대구행 막차가 떠났습니다
혼자 남은 물소리 쓸쓸해 합니다
그대 어느날
이곳에 두고 간 한줌의 눈물,
눈물 번지는 저녁 노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