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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노랫말

우리가 하얗게 잠자는 동안

by 고요의 남쪽 2009. 9. 2.

 우리가 하얗게 잠자는 동안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서 하늘같은 소리로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라고 외친다

돌멩이 풀꽃들 땅바닥에 누워서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라고 따라 외친다

숟가락 발가락 입을 맞추어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이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부뚜막 빗자루도 당당하게 외친다

모두. 한결같이. 6호 활자로


        *


설악산 반달곰은 밀렵군이 쏘았고

무장공비 3명이 사살되었고

북괴측 대표들은 오리발을 내밀었고

막간을 이용해서

반라의 여배우가 요염하게 웃었다

럭키~ 하이크리임디이이이~


그러므로 모든 것은 잘 되었다


한결같이 머리 깎은 섬마을 아이들이

고궁을 빠져나와 남대문을 가고 있다

우리가 하얗게 잠자는 동안

선생님 구령에 발맞추며

차조심하며


그러므로 모든 것은 잘 되었다

굿바이 미스터 조지 오웰,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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