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색연구원chaii

무게는 몸을 가졌으니까

by 고요의 남쪽 2018. 11. 2.

무게는 몸을 가졌으니까

339 자유인自由人

 

이 세상에서 얻을 바가 없다는 무소득無所得의 진실을 수지受持하는 순간 자유는 바람처럼 방문한다. 자유란 끌어당기지도 밀어내지도 않음으로써 에너지 낭비가 제로인 상태이다. 자유로운 사람에겐 저울 같은 계산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를 과다지출하여 너무 날카로워진 사람이나, 에너지를 너무 끌어당겨 비만해진 사람만이 매일매일의 몸무게를 달아보느라 저울을 끼고 다닌다. 아시다시피 저울은 편리하나 품격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도구이다. ‘무소득의 진리가 골수까지 사무치면 이번 생조차도 아예 달아볼 마음을 내지 않게 된다.(정효구)

 

꿈과 욕망의 거리, 그리움과 외로움의 차이, 평등과 공정의 높낮이가 문득 궁금해진다. 거리와 차이와 높낮이를 무게로 환산해주는 저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궁금하다는 말이 문득이라는 말을 불러오는 시간과 문득이라는 말이 갑자기라는 말을 불러내는 시간의 차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몇g쯤 될까? 이를테면 찬바람 소리와 아침놀 빛깔마저도 무게로 알려주는 저울이 있으면 좋겠다. 무게는 몸을 가졌으니까, 몸은 만져볼 수 있으니까. 자꾸 만져보면 손때가 묻고, 손때가 묻으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식상해지고 식상해지면 버리고 싶을 테니까. 버리면 없어지니까, 다 버리고나면 다 없어질 테니까. 얻을 것이라고는 무소득無所得 뿐일 테니까. (강현국)


'녹색연구원cha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 등불  (0) 2018.11.14
개미의 펜  (0) 2018.11.08
함부로 먹히고, 함부로 버려지는  (0) 2018.10.29
먼 곳에 대한 동경  (0) 2018.10.26
먼 곳에 대한 동경  (0) 2018.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