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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비우기2

by 고요의 남쪽 2013. 3. 26.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비우기2

깽깽이

 

▣삶의 전반부가 실패에 실을 감는 과정이라면 삶의 후반부는 그 실을 푸는 과정이다. 낮 시간이 실패의 실을 감는 시간이라면 밤 시간은 또한 실패의 실을 푸는 시간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실패에 실을 감았다가 매일 밤마다 그 실패의 실을 풀어버린다. 감는 일도 예사롭지 않지만, 푸는 일도 고도의 수련을 필요로 한다.

탄생이란 실패의 실을 감기 시작하는 스타트 선이다. 죽음이란 그 실패의 실을 풀어버리는 종점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어린이의 다트 놀이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은 이렇게 논다고 프로이트는 기술한다. 다트를 던지며 포르트(사라졌네)라 외치고, 다시 다트를 끌어오며 다(여기 있네)라 오치고, 포르트와 다 사이의 무한한 반복, 그러나 다른 반복, 그것이 삶이고 우주의 법칙인지 모른다. 오직 그 던지고, 당기는 과정이 순조롭다면 삶은 순항하는 것이라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순조로운 것이라고  누가 앞장서서 반장처럼 거침없이 말하겠는가.(정효구)

 

▣실을 감는 실패와 성공의 반댓말인 실패는 뜻은 다르지만 소리는 같다. 이른바 동음이의어이다. 실을 감는 과정이 긴장과 노동의 낮이라면 실을 푸는 과정은 이완과 휴식의 밤이다. 긴장과 노동의 낮 동안 우리는 실패를 벗어나려 뜀박질하고, 이완과 휴식의 밤 동안 우리는 실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 든다. 실패가 떠났을 때, 포르트,  실패가 찾아왔을  때 다, 포르트와 다 사이를 오갈 수 밖에 없는 중생의 삶이란 성공의 반댓말인 실패일 수 밖에 없어서 먹구름처럼 처연하고, 다시 사라졌네와 여기 있네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이승의 생이란 실을 감고 푸는 실패와 같아서 흰구름처럼 가볍다. 먹구름이란 비의 어미이고 흰구름이란 바람의 자식이다. 어미와 자식이 그러하듯, 낮과 밤이 그러하듯, 비와 바림 또한 같은 혈육이니 실패와 성공은 둘이 아닌 하나이다. 포르트! 다!(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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