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행복을 휘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195 비우기1
▣실패에 실을 감는 것은 양陽이다. 그 실패의 실이 풀리는 것은 음陰이다. 음양의 교호작용처럼 실패에 감긴 실은 언젠가 풀려야 한다. 감기지 않은 실이 실로서의 구실을 하기 어렵듯, 풀리지 않은 실도 실의 온전성을 구현할 수 없다. 연을 날릴 때 보면 안다. 실패에 감은 실을 얼마나 잘 푸느냐에 따라,아니 풀고 감느냐에 따라 연날리기의 미학의 수준이 결정된다. 연날리기를 하다 주인이 실패의 실을 푸는 데 인색하거나 서툴게 풀어버리면, 연은 인정사정 없이 실을 끊어버리고 남인 듯 달아나 버린다. 어찌 보면 실의 자발적인 풀어줌에 의하여 연을 날려 보내는 것이나, 실이 끊어짐으로써 연이 날아가 버리는 것이나, 그 외양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너무나 다르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정효구)
▣자발적이라는 말이 있으니 타발적이라는 말을 쓰도 큰일나지 않겠다. 자발적인 풀어줌에 의하여 실패를 떠나는 것은 연의 출가이고, 실이 끊어짐으로써 날아가 버리는 것은 연의 가출이다. 자발성이 존재와 자유라면 타발성은 소유와 구속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사랑도 그와 같다. 삶의 애환을, 당신과 나, 함께 가는 생生의 먼 길을 얼마나 잘 감고 잘 푸느냐에 따라 사랑의 미학이 결정된다.(강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