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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그리고 어딘가 묻혀 있을 버섯의 냄새

by 고요의 남쪽 2010. 11. 14.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언어의 파노라마가 소수 시인들의 소수 시편들을 중심으로 상영되는 동안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묵묵히 시를 써나간 시인들이 있다. 호명되지 않아도 아름답고 개성적인 시는 침묵 속에서 시간을 견뎌내며 스스로 빛난다. 호명하지 못한 모든 시인들에게 한 편의 시로 안부를 전한다. 이성미 시인의 첫 시집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2005)제1부의 표제 '침묵과 말하기 사이'처럼.

 

몰래 벌어지는 일들에서

설탕 묻은 장난감 냄새가 난다

태옆 인형의 벨소리

꾾어질 듯 이어지고

등 위에선

낮은 목소리

 

모두가 잠든 밤에

자라는 숲

저물녘 피는 진홍색 분꽃

어딘가 묻혀 있을

버섯의 냄새

 

말이 내뱉어지는 순간

불투명 유리창에 금이 간다

마술이 끝나고

다락 문이 열릴 때

펼쳐지는

먼지 앉은 내부

                  -이성미, <비밀>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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