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조고각하照顧脚下
한 발짝, 한 발짝을 떼어놓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며 우주적 운동이다. 그러므로 멀리 바라볼 것 없이 그 한 발짝이 만들어내는 자신의 발자국 밑을 비추고 되돌아보면 된다. 극미의 세계에도 무한 우주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 한 발자국 속에 삶의 전모가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눈을 안으로 떠서 자기 자신을 살피기보다 잠자리에서까지 눈을 밖으로만 뜬 사람처럼 남을 비난하고 허황한 꿈을 꾸느라 정신이 없다. 밤이 오는 저녁 시간만이라도 눈을 감고 자신의 안쪽을 보살펴야 한다. 안으로 존재의 심연과 만난 사람의 눈빛만이 그윽하다. 그윽함은 사람들을 의심 없이 평화롭게 한다. 그 안에 발효된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파랑새는 산 너머 바다 건너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의 덧없음을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까. 산 너머 바다 건너 까지 다녀오려면 몇 켤레의 구두가 필요할까. 알에서 깨어난 풀무치의 아랫턱이 갈색으로 발효하는 가을이 오면 풀무치의 한 생은 흙에 묻힌다. 한 생이 필요한 발효의 시간! 박경리 선생은 이렇게 쓰고 있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2010.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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