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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8. 26.

118. 회향回向

내가 태어나 이 세상에서 얻은 것을 나는 어떤 방식으로 되돌려주고 있는가. 인류가 이 지구에서 얻은 것을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회향하고 있는가. 회향 없는 삶은 일방적 독식이고 독주이자 질주다. 그 독식과 독주와 질주의 끝에 종말이 있다. 종말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불길하다. 버스도 종점에 가면 쉬었다 다시 그 자리를 출발점 삼아 되돌아 온다. 나도, 인류도 이 세상에서 얻은 것을 버스의 회향처럼 어느 지점에서 마음을 쉬고 되돌려주어야 하리라. 종점이 종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리라.

죽음이 종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는 것은 오로지 회향에 의해서이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 재능을 남기고 가는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없다고 한다. 들판을 말 달리던 당신, 말에서 떨어져 피 흘리는 당신, 그날의 상처를 기억하는가. 상처를 꽃 피울 수 있는가. 향기의 회향으로 다시 들꽃 만발한 저 푸른 들판을 말달릴 수 있는가. 기억을 불러내어 당신의 당신을 말달릴 수 있는가. (2010.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