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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빈터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

by 고요의 남쪽 2010. 8. 21.

113. 포대화상布袋和尙

道가 뼈라면 德은 살이다. 뼈와 살이 음양의 조화를 이룰 때 존재도, 세상도 가장 아름답다. 포대화상의 포대주머니는 덕의 표상이다. 지혜를 구체화한 善한 선물 바구니이다. 가게마다 서비스 품목을 내놓고 포대화상 흉내를 내더니 요즘은 말 서비스를 내놓고 천사의 표정을 짓는다. 114의 전화번호를 묻는 사람에게 얼굴 모르는 여인이 뛰어나와 사랑한다고 달려든다. 카드회사에 카드분실 신고를 하는데 역시 낯 모르는 여성이 나타나 사랑한다고 달려든다. 식당의 많은 종업원들은 대충 만든 음식을 안겨주고 맛있게 드시라며 염치없는 소리를 한다. 포대화상의 주머니조차 영리한 마켓팅의 재료가 되었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을 마구 퍼준다고 사람의 영혼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쓸모없는 것은 아무리 많아도 쓰레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화상이 메고 다니던 포대의 질료는 목화나 삼에서 뽑은 자연섬유이다. 당신의 입 끝에 달고 다니는 포대의 질료는 거짓과 가식에서 뽑아 만든 인공섬유이다. 화학섬유는 아토피를 유발하고 천연섬유는 포근함을 선사한다. 한 시인이  "자연은 신이 만들고/ 도시는 인간이 만들었다// 신은 망했다" 고 지적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2010.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