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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새/류근

by 고요의 남쪽 2010. 8. 17.

 

지혜로운 새는 세상에 와서

제 몸보다 무거운 집을 짓지 않는다

바람보다 먼 울음을 울지 않는다

 

지상의 무게를 향해 내려앉는

저녁 새 떼들 따라 숲이 저물 때

아주 저물지 못하는  마음 한 자리 병이 깊어서

 

집도 없이 몸도 없이

잠깐 스친 발자국 위에 바람 지난다

가거라.

 

지혜로운 새는 제 몸보다 무거운 집을 짓지 않는 것처럼, 시인 또한 바람결 같은 한두 마디 시어를 속울음으로 남긴다. 이승을 다시 찾아드는 새 발자국처럼 형체 없이 흐르는 저물지 못하는 마음이 지상의 무게로 내려앉을 때, 그리운 이여, 이제 그만 가거라.(이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