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혜로운 새는 세상에 와서
제 몸보다 무거운 집을 짓지 않는다
바람보다 먼 울음을 울지 않는다
지상의 무게를 향해 내려앉는
저녁 새 떼들 따라 숲이 저물 때
아주 저물지 못하는 마음 한 자리 병이 깊어서
집도 없이 몸도 없이
잠깐 스친 발자국 위에 바람 지난다
가거라.
■지혜로운 새는 제 몸보다 무거운 집을 짓지 않는 것처럼, 시인 또한 바람결 같은 한두 마디 시어를 속울음으로 남긴다. 이승을 다시 찾아드는 새 발자국처럼 형체 없이 흐르는 저물지 못하는 마음이 지상의 무게로 내려앉을 때, 그리운 이여, 이제 그만 가거라.(이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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