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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응접실

[스크랩] 별이 빛나는 밤 - 강현국

by 고요의 남쪽 2010. 8. 11.

따귀를 때리듯 이별은 그렇게 맨발로 오고 귀를 자르고 가슴에 방아쇠를

 

 

 

     별이 빛나는 밤

                               강현국


   한 고요가 벌떡 일어나 한 고요의 따귀를 때리듯

   이별은 그렇게 맨발로 오고, 이별은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낱말들의 귀를 자르고

   외눈박이 외로움이 외눈박이 외로움의 왼쪽 가슴에 방아쇠를

당길 듯 당길 듯

 까마귀 나는 밀밭 너머 솟구치는 캄캄한 사이프러스, 거기


 아무도 없소? 아무도......


 

 


해설-이승훈

 

고갱의 떠나겠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고흐는 집으로 돌아 와 자신의 귀를 자른다.

1888년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이 시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까마귀가 있는 보리밭>을 모티프로 한다.

모티프는 모티프이다.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에 별들의 소용돌이, 격정, 불안, 광기를 읽고 강현국은 이별을 읽는다.

한 고요가 ‘나’라면 다른 고요는 ‘너’이고,

너는 벌떡 일어나 나의 따귀를 때리고 이별은 그렇게 온다.

고요가 벌떡 일어나 다른 고요의 따귀를 때리듯 그렇게 오는 이별은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이별이 아니다.

모두가 외눈박이 외로움들의 싸움이다.

고갱도 고흐도 강현국도 외눈박이 외로움, 극도의 슬픔, 비탄 속에서 대지의 폭풍을 견딘다.


 

 


강현국-1949년 경북 상주 출샐. 1976년 <현대문학>으로 데뷔

시집-<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절망의 이삭>,<견인차는 멀리 있다>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시』현대문학 2002. 18쪽

 

 

 

 

 

 

출처 : 바람의 그림자
글쓴이 : 거침없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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