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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여백

by 고요의 남쪽 2009. 4. 17.

여 백

아무도 당신을 보내지 않았네
버들개, 소또골, 여수바우, 매봉재, 논틀마, 말매기, 선모꼴, 구병산 찌렁찌렁
아무도 당신을 보내지 않았제
자물쇠 열면
개망초, 쇠비름, 아욱, 상추, 쑥갓, 호두나무, 감나무, 고욤나무, 대추나무, 자귀나무, 모란꽃, 함박꽃, 줄장미, 채송화, 접시꽃, 담쟁이, 우산이끼 자욱히
자욱한 당신을 보내지 않았네
세월 문구멍 들여다보면
비누, 칫솔, 면도기, 돋보기, 성경책, 전화기, 라디오, 에프킬라, 파리채, 두고 가신 약봉지, 큰물지고 바람 많은 날들의 빛바랜 수첩 가지런히
가지런한 당신을 보내지 못하네

벽에 걸린 아버지, 툇마루에 나앉아 빈집 지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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