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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의 곳간

구름이 엎지른 기별 댑싸리비로 쓸어내다

by 고요의 남쪽 2010. 5. 27.


세한도 ․ 16



싸락눈 내리다

구름이 엎지른 기별 댑싸리비로 쓸어내다


그해 여름 우리는 선운사에 있었다. 나는 지금 선운사 달빛에 묶인다. 계곡 물소리에 시린 별들의 머리칼이 돋는다. 나는 지금 대책 없이 솟구치던 그대 슬픔 속에 꽁꽁 묶인다. 남도 소리도 끝나고 황소개구리가 컹컹 울었다. 쓰러진 술병처럼 문학도 인생도 시들해지고 보름달이 컹, 컹, 컹, 한여름 밤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며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평생 주섬주섬 윤심덕을 추스를 때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무겁게 덮치던 그대 눈물, 그것은 느닷없는 해일이었다. 휘영청 달빛이 잃어버린 시간 아득한 거기 현해탄 푸른 물을 엎질렀던 것,